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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축법 기초

건축허가와 건축신고, 실제로 해보니 달랐습니다.

by 건배인 2026. 10. 7.

건축신고는 '쉬운 건축', 건축허가는 '어려운 건축'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건물을 짓고자 계획해 봤거나 이미 지어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건축신고'와 '건축허가'라는 행정절차에 대해서 아실 겁니다.

설계사무소에서는 흔히 '신고 건', '허가 건'이라고 불리는 것들인데요, 오늘은 설계사무소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제가 직접 진행했던 사례를 통해 건축허가와 건축신고의 차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신고니까 금방 끝나겠네요?"

이 말은 제가 건축주분들께 심심치 않게 들어온 말입니다. 

건축 행정 시스템에 대해 조금은 알고 오신 분들께서 이런 말씀을 종종 하시는데,

이때마다 저의 대답은 "요즘은 신고라고 해서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아요."입니다. 

 

건축물의 계획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보일 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주로 창고이거나, 단층짜리 상가건물일 때 말이에요. 실제로 도면과 챙길 서류도 굉장히 간소화됩니다.

도면은 철골구조에 패널 마감, 서류는 화장실과 주차구획 정도만 있으니 그에 맞춰 가지 수가 적어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공사 자체도 굉장히 쉬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축물 자체가 단순하다고 해서 행정절차까지 반드시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실무를 하면서 느끼는 건 최근에는 건축물의 용도나 규모가 단순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여러 관계부서의 협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대략적인 과정을 말씀드리자면

[건축주 미팅 -> 인허가 도면 및 서류 준비 완료 -> 인허가 접수(세움터) -> 인허가 담당자 해당 부서 협의 요청 -> 협의 부서 회신 -> 인허가 담당자의 최종 검토 -> 신고 수리 또는 허가] 가 되겠습니다.

건축주께서 공사 일정이 빠듯해 빠른 처리를 원하시더라도 인허가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관계부서 협의를 임의로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부지를 새로 정리해야 해서 토목 관련 인허가까지 같이 진행한다면 협의에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실무에서 경험한 바로는 건축신고는 '쉬운 건축', 건축허가는 '어려운 건축'이라고 단순하게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2. 건축허가와 건축신고, 무엇이 다른가

건축허가는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건축을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건축주와의 미팅을 통해 설계사무소는 설계도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관할 지자체 인허가부서 담당자는 건축법과 더불어 각종 관계 법령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이때 좀 더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해 여러 부서로 협의를 보내게 되는 것이고요, 설계 계획이 적법한지에 대한 검토와 회신이 완료되어야 비로소 건축허가가 이루어집니다. 

 

건축신고는 건축법에서 정한 일정 요건에 해당할 경우 허가 대신 신고로 진행할 수 있는 절차를 말합니다. 

건축법 제14조에서는 건축신고가 가능한 여러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는 일정한 제외구역을 빼고 연면적 200㎡ 미만, 3층 미만인 건축물이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라고 해서 아무런 검토 없이 공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고 역시 해당 건축물이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토받아야 하고, 필요한 관계부서 협의도 허가 때와 같이 거쳐야 합니다.

 

3. 저는 허가와 신고를 이렇게 확인합니다.

먼저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의 규모를 듣고 판단합니다.

허가인지 신고인지 알고 말씀해 주시는 경우도 있고, 잘은 모르지만 일단은 이 정도 규모는 필요하다 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다음 해당 부지의 용도지역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용도지역에 따른 건축물 규모는 신고로 빠질 수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예를 들어 농림지역은 연면적 200㎡ 미만, 3층 미만이고 그 밖의 신고 요건을 충족한다면 신고건으로 가능하다, 그러니 100㎡ 넘게 지어도 이 동식물 관련시설은 신고건으로 접수해도 괜찮구나 판단하는 것이지요. 

결국 허가인지 신고인지는 단순히 건축물의 면적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의 조건과 용도지역,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신고라고 반드시 간단하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하다고 생각하고 접수를 넣은 건이 있었습니다.

100㎡ 미만의 근생 소매점이었는데요, 접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완을 받게 되었습니다.

보완 내용은 장애인편의시설 대상이니 이에 맞는 도면과 계획서를 첨부하라는 것이었죠.

소매점은 50㎡ 이상일 경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대상이라는 기준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습니다.

당시 관련 기준이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제가 그 기준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놓친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계획에서 주출입구 단차를 2cm 이하로 줄이고, 점자블록을 설치하고, 접근로까지 추가했어야 했습니다.

건축주님께 양해를 구하고 뒤늦은 설명과 함께 보완을 처리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 역시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건축물의 규모가 작다는 것과 검토해야 할 법적 기준이 적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규모가 작은 신고 건이라도 적용되는 기준이나 협의 사항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검토와 작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5. 반대로 허가인데 수월했던 건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험도 있습니다. 허가인데 증축인 건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기존 건물을 터서 건폐율을 늘린다거나 수직증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동을 증축하는 건이 그랬습니다.

공장 부지 내에 사무실 건물을 별동으로 증축하는 건이었는데요, 건축물대장상 건폐율, 용적률도 여유가 있었고 2층짜리 건물을 전부 사무실로 쓰겠다는 건축주님께서 원하는 방향이 명확하니 증축 허가 설계도면과 서류를 준비하는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지 내에 우오수 관로는 설치되어 있으니 연결만 하면 됐었고, 주차구획을 추가할 공간도 넉넉했습니다. 

허가 대상이었지만 기존 대지의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건축주의 요구도 명확했기 때문에 결국 제가 실무에서 느끼는 업무의 난이도는 단순히 '허가냐 신고냐'라는 행정절차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6. 허가냐 신고냐보다 건축주에게 더 중요한 것.

건축주가 "제 건물이 허가예요, 신고예요?"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조금 생뚱맞게도 비용 이야기를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규모가 커지고 허가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감리나 시공 등 추가로 검토해야 할 절차와 비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적용 여부는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정말 명확한 목표가 있고, 지을 건물에 대해 구체적 계획이 있다면 허가 건으로 진행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사용계획 없이 "땅도 남는데 이왕이면 조금 더 크게 짓자"는 이유만으로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면 한 번쯤 전체 사업비에 대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건물이 커지면서 따라오는 설계와 감리, 시공 등의 비용과 절차까지 생각했을 때 정말 경제적으로 좋은 선택인지 말입니다.

반대로 단순히 신고 대상으로 진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축 규모를 억지로 줄일 필요도 없습니다.

허가나 신고 자체를 목표로 건축물의 규모를 결정하기보다, 나에게 실제로 필요한 건축물의 규모와 전체 사업비를 먼저 생각하는 것.

10년 동안 건축 인허가 업무를 하면서 제가 건축주분들께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오히려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