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 절차, 허가받고도 끝이 아닌 이유
설계사무실 업무의 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건축허가라는 절차인데요,
꽃이라고 부른 이유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하다 보면 건축허가를 받는 일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이 업무를 익히면 건축신고부터 착공, 감리, 사용승인까지 이어지는 설계사무소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을 미팅과 회의를 통해 설계하고, 도면과 서류를 작성해 허가를 접수하고, 보완사항이 있다면 수정해 다시 제출하는 것까지 건축 허가 업무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드리면 단순한 과정이라고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건축주와 설계사무소가 각자 준비해야 하는 일도 많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기도 하거든요.
심지어 어렵게 허가를 받아놓고 건물을 짓지 않겠다는 건축주도 계셨죠.
오늘은 제가 실제로 건축허가를 진행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건축허가 절차와 허가 이후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건축허가는 땅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빈 땅에 새 건물을 짓는 경우를 기준으로 설명드린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건축주는 먼저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설계사무소를 방문하십니다.
지번만 알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토지대장 등의 서류를 준비해 오시는 분도 계시지요.
저는 우선 토지의 위치와 소유관계를 확인합니다.
필요한 경우 토지 등기사항증명서를 검토하기도 하며 로드뷰를 통해 주변 도로와 대지 현황도 가볍게 검토합니다.
그다음 토지이음 상 지적도를 바탕으로 캐드작업을 통해 직접 지적도를 그리기도 합니다.
흔히 "땅을 튀긴다"라고도 해요. 더 정확한 도면을 원한다면 토목 업체에게서 관련도면을 전달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지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를 마치면 건축주와 협의해 건물의 용도와 규모를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건폐율과 용적률도 함께 검토하고요.
건축선, 대지 안의 공지, 주차장 설치기준 등 다른 법적 조건도 확인해 설계에 반영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건축개요를 시작으로 배치도,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등 설계도면을 완성해 나갑니다.
2. 설계도면이 완성되면 건축허가를 접수합니다.
설계도면과 필요한 서류 준비가 끝났으면 건축행정시스템인 세움터를 통해 건축허가를 신청합니다.
접수를 한 이후에는 허가 담당자의 검토와 관계부서 협의가 진행됩니다.
이때 보완사항이 발생하면 관련 도면이나 서류를 수정해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실무를 하면서 한 번은 옹벽 설치와 관련된 공작물축조신고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토목 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건축법에서 관리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저희가 챙겼어야 하는 당연한 서류였죠.
지금이라면 허가 접수 전 당연히 챙겼을 일인데 입사 초반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빼먹은 실수였습니다.
결국 보완으로 필요한 도면과 서류를 준비해 처리했던 기억이 있네요.
이처럼 건축허가 과정에서는 건축법을 바탕으로 하는 다른 관련 절차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3. 건축주가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있어 허가가 늦어지기도 합니다.
건축허가를 진행하면서 설계사무소에서 모든 서류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주가 직접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한 번은 토지에 금융기관의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어 관련 동의서류를 추가로 준비해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다면 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건축주에게 서류를 추가로 요청하게 됩니다.
그 당시에도 건축주가 금융기관에서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고 날인을 받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해당 서류로 인해 허가가 3일 이상 지연되었습니다.
설계도면이나 건축법 검토에 문제가 없더라도 건축주가 준비해야 하는 서류 때문에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일이었죠.
물론 금융기관의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건축허가에 동일한 동의 서류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토지의 권리관계와 신청 내용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건축주가 처음 상담으로 오시면 토지의 소유관계와 권리관계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공사를 바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
접수 후 관계부서 협의와 보완사항이 마무리되고 최종 검토를 통과하면 건축허가를 받게 됩니다.
허가를 받은 후에는 착공신고 절차가 남아 있으며, 착공신고가 수리되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해당 공사에 필요한 시공자와 감리자 선임 여부 등을 준비하면 착공신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죠.
착공신고가 수리된 이후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입니다.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건축주의 사정으로 착공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설계비를 지불하고 일단 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태지만 자금 계획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사를 미루는 것이지요.
실제로 허가를 받은 뒤 오랫동안 착공신고를 하지 않아 허가 취소와 관련된 안내 공문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 때는 착공기한 연장이 가능한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절차인 착공연기신청을 진행하게 됩니다.
건축허가는 한 번 받았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것이 아니란 걸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5. 허가까지 받아놓고 건물을 짓지 않겠다는 건축주도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는 건축허가를 받은 뒤 건축주가 직접 취소를 요청했던 건인데요,
당시에 저희 사무실은 건축주가 원하는 건물을 설계하고 허가에 필요한 도면과 서류를 작성해 최종적으로 건축허가까지 받은 상태였죠.
물론 설계비도 모두 지급받았었습니다.
그런데 건축주가 건물을 짓지 않기로 했다며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특별히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고, 설계를 못 해드렸던 부분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저 건축주가 계획을 바꾸신 것이었습니다.
결국 요청에 따라 관련 취소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던 건물이 실제로 지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허탈했지만, 건축주의 뜻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처럼 건축허가가 취소되는 상황에는 법에서 정한 취소 사유가 발생한 경우도 있지만 건축주가 스스로 건축계획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6. 건축주가 직접 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건축허가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건축주가 설계사무소에 모든 일을 위임했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축주가 해야 하는 일까지 모두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주는 건축 목적과 규모를 결정하고, 필요한 자금과 공사 일정을 계획해야 합니다.
본인 명의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나 계약, 금융기관과의 협의 등 직접 처리해야 하는 사항도 있고요.
설계사무소는 계약된 업무 범위 안에서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며, 필요한 보완사항에 대응하는 업무를 합니다.
그렇기에 건축허가는 설계사무소가 혼자 진행하는 일이 아니라 건축주와 여러 관계자가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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