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음식점을 운동시설로 바꾸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지.
그동안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인허가 업무를 처리해 왔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용도변경 현장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에는 용도변경을 쉽게 생각했었어요.
기존 건축물의 용도만 바꾸면 된다, 도면은 바뀌는 것만 수정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신축이나 증축보다 간단하지 않을까 했었죠.
하지만 어느 헬스장 용도변경 업무를 맡고 나서 생각을 완전히 달리 먹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1차, 2차 보완을 거쳐 사용승인까지 진행했던 헬스장 용도변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용도변경은 허가와 신고가 다릅니다.
먼저 용도변경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존 건축물의 사용 목적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것을 용도변경이라고 하는데요,
건축법에서는 건축물의 용도를 9개의 시설군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설군에서 다른 시설군으로 변경하는지에 따라 허가 또는 신고 대상이 결정됩니다.
상위 시설군으로 변경하면 용도변경허가, 하위 시설군으로 변경하면 용도변경신고 대상이 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여기서 같은 시설군 내에서 변경하는 경우에는 건축물대장 기재내용 변경을 진행하고요,
별도의 허가 또는 신고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는 용도변경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먼저 현재 용도는 어떻게 되는지, 또 변경하려는 용도는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이후 건축물대장과 기존 도면을 검토하면서 불법인 부분은 없는지, 주차장과 오수량산정, 장애인편의시설 등 변경할 용도에 필요한 기준을 검토해 충족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2. 일반음식점과 의원을 운동시설(헬스장)로 바꾸다.
오늘 말씀드릴 현장은 주상복합 건물이었습니다.
지하 4개 층은 주차장, 지상 1층에서 4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 5층부터는 아파트로 사용하고 있었죠.
그중 지상 2층의 7개 호실, 약 900㎡를 헬스장으로 용도변경하는 업무였습니다.
기존 용도는 제1,2종 근린생활시설인 일반음식점과 의원이었고, 변경할 용도는 운동시설이었죠.
처음에 건축 분야에서 준비해야 할 도면과 서류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가 시작된 건 소방시설을 검토하면서부터였습니다.
3. 건축 도면만 준비하면 끝이라 생각한 과거의 나.
주상복합 건물에 운동시설을 넣으려고 하니 소방 관련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건축 도면뿐 아니라 기계, 전기 분야를 같이 협의해 소화배관, 감지기, 유도등, 비상조명등의 설계를 변경했어야 했죠.
스프링클러 말단 헤드의 위치도 창호와의 이격거리를 고려해 수정했어야 했고요, 건축 분야에서는 직통계단까지의 보행거리 등을 검토해 관련 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도면에 표시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현장은 별도의 착공신고 없이 진행하는 용도변경이었기에, 허가를 받은 뒤 건축주는 곧바고 인테이러 공사를 시작하였죠.
이후 사용승인에서 또 한 번의 보완이 떨어지게됩니다.
그 보완은 어떤 내용이냐, 헬스장은 운동기구가 많아 바닥에 가해지는 하중이 클 텐데, 구조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건축물의 설계하중을 검토한 결과, 해당 공간의 기존 용도와 변경할 용도에 적용되는 바닥 활하중 기준이 같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내용을 정리해 표까지 첨부하고 용도변경으로 인해 설계하중과 구조내력은 변동이 없다는 걸 정리해 구조안전확인 비대상 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4. 끝난 줄 알았는데 업무대행자까지?
드디어 보완을 거쳐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는데요,
해당 용도변경 건이 사용승인 업무대행자 현장점검 대상이었던 것이었죠.
부랴부랴 업무대행자를 선임했습니다. 약 한 시간에 걸쳐 함께 현장을 확인하며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었고요.
게다가 이곳은 임대 공간이었습니다.
실제 건축물 소유자는 법인이었기 때문에 관련 서류에 법인 날인받는 일도 쉽지가 않았죠. 근데 날인받을 서류는 왜 자꾸 생기는지..!
이렇게 1차, 2차 보완을 거쳐 결국 사용승인까지 해냈습니다.
현재도 이곳은 헬스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때 당시 헬스장 사장님께서 제가 방문하면 PT 비용을 할인해 주겠다고 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그만큼 서로 고생한 현장이었기 때문이겠죠?
5. 용도변경이 절대 쉽지 않은 이유
건축주들은 건축 도면과 인허가 비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시지만, 기계 전기 소방 분야의 추가 설계까지 필요한 경우는 미처 생각 못하시기도 합니다. 관련 설비 기준이 달라진다면 해당 분야의 설계와 검토도 별도의 업무가 되니 알고 계시는 게 좋겠죠.
또 기존 건축물의 도면과 실제 현황이 다를 때도 있는데요,
특히 다른 건축사사무소에서 인허가를 진행했던 건물이라면 기존 도면을 확인하고 현장에 나가 실측 후 비교하는 과정이 생겨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용도변경은 건축물대장에 적힌 용도만 바꾸는 작업이 아닌 것입니다.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물과 설비가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용도변경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건축 분야뿐 아니라 기계 전기 소방 등 관련 분야의 검토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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